술을 마신다고 해서 단번에 체중이 확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요즘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지지?"라고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바로 음주입니다. 주말만 마셔도, 하루 한두 잔 정도의 가벼운 음주라도, 시간이 쌓이면 체중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술의 칼로리만 보고 판단하지만, 실제 문제는 술이 체내 대사와 식욕, 지방 축적 방식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입니다.
오늘은 이 ‘술 마시면 살찌는 진짜 이유’를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우리가 평소 무심코 넘긴 술 한 잔이 왜 뱃살로 이어지는지, 전문가들은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술이 우리 몸의 지방 연소를 ‘잠시 멈추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은 칼로리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단순히 열량에만 있지 않습니다. 술, 정확히 말하면 에탄올은 체내에 들어오면 독성 물질로 인식되어 가장 먼저 대사 됩니다. 몸은 이를 빠르게 분해해 없애기 위해 다른 모든 대사 활동을 미루고, 지방 연소도 ‘잠시 멈추게’ 됩니다.
즉,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난 뒤 일반적으로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소모하는 순서로 대사가 진행되지만, 술을 마시게 되면 이 순서가 바뀝니다. 에탄올이 들어오면 간은 우선적으로 에탄올을 처리하느라 지방 분해를 중단하게 되고, 결국 섭취한 지방과 탄수화물은 체내에 ‘저장’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실제 하버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음주 직후 최대 73%까지 지방 산화가 감소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간이 음주로 인해 지방을 태우지 못하고, 체내 저장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음주 시 간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산은 지방보다 먼저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지방을 ‘보류’합니다. 이 보류된 지방이 점차 복부, 허벅지 등으로 저장되면서 눈에 보이는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2. ‘술 안주’가 아닌 ‘술’이 식욕을 폭발시키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폭식하게 되는 이유를 ‘안주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정작 원인은 술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알코올은 식욕을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오렉신을 활성화시킵니다. 이로 인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더 먹고 싶다’는 신호가 뇌에서 계속 발동됩니다. 술을 마시면 쉽게 배가 고프고,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게 되는 현상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히 알코올은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성질도 가지고 있어, 술을 마신 후 ‘단 게 먹고 싶다’ 거나 ‘라면 먹고 잘래’ 같은 욕구가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즉, 체내 혈당 불균형과 신경계 자극이 동시에 일어나며 강한 식욕을 유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동일한 칼로리의 음식을 제공하였을 때 술을 곁들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27% 더 많은 식사를 했다는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식욕이 고칼로리 안주나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삼겹살, 곱창, 치킨, 감자튀김 등 술자리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은 대부분 지방과 나트륨, 당질이 높은 메뉴입니다. 술이 식욕을 부추기고, 그 결과로 고열량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니 결국 체중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3. 알코올은 수면을 망치고, 회복을 늦춘다
다이어트를 할 때 ‘잠’은 체중 조절에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술은 이 수면의 질을 망가뜨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깊은 수면 단계인 렘수면을 방해하고 자주 깨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렙틴(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은 줄이고, 그렐린(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은 늘어나는 방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음주 후 다음 날 아침, 괜히 배고픔이 더 심하고,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회복력이 저하되어 운동 효율도 떨어집니다. 피로가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고, 결과적으로 소비 열량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니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오늘 운동 못 했다”는 상황이 자주 반복된다면, 체중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술은 단순히 하루의 열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그 다음날의 컨디션과 회복, 식욕 조절 시스템까지 교란시키며 장기적으로 ‘살찌기 좋은 몸’을 만들어가는 주범이 됩니다.
“술은 ‘마시는 열량’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사 교란’이다”
이제 확실히 이해하셨을 겁니다. 술은 단순한 칼로리 공급원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대사를 일시 정지시키고, 지방 연소를 멈추게 하며, 식욕을 자극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복합적이고도 교묘한 방식으로 체중 증가를 유도합니다.
한두 잔은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 ‘지속적인 대사 교란’으로 이어져 결국 다이어트 실패의 주된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음주 빈도 조절과 저칼로리 안주 선택, 음주 후 충분한 수면 확보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계속 늘어나는 원인을 모른 채 운동과 식단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 오늘부터 음주 습관을 진지하게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성관계 1~2회, 정신 건강에도 좋다? 진짜 과학적 근거 나왔습니다 (0) | 2025.06.14 |
---|---|
하루 2잔의 커피, 여성 노화 방지에 효과적 - 커피 한 잔의 여유가 피부를 바꾼다? (0) | 2025.06.05 |
"운동은 무조건 힘들어야 한다?" 그 생각이 당신을 지치게 합니다 (0) | 2025.06.03 |
제로음료가 남성 생식기능에 악영향? 살 안 찌는 대신, 정자 수가 줄어든다 (0) | 2025.06.03 |
Z세대가 제철을 즐기는 법: 제철코어 라이프스타일 (0) | 2025.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