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술 첫 입”청년층 음주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달콤한 첫 잔, 씁쓸한 후유증

 

“너도 마셔봤어?”
고등학교 체육대회 뒤풀이, 대학 새내기 OT, 아르바이트 끝나고 친구들과의 치맥. 요즘 10대 후반~20대 초반 청년들 사이에서 술은 이미 ‘성인’의 상징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 상반기 청년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첫 음주 연령이 평균 15.8세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불과 5년 전보다 1.2세 낮아진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 ‘첫 잔’이 가져오는 파장은 단순히 다음 날의 두통이나 숙취로 끝나지 않습니다. 알코올은 미성숙한 뇌를 자극하고, 청년기 정체성 형성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관계의 양상까지 바꾸어놓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음주 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현상의 배경과 그 심리·신체·사회적 영향까지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이거쯤은 괜찮잖아?” - 청소년기 뇌와 술의 위험한 밀당

십대의 뇌는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전두엽, 특히 판단과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부위는 25세 전까지 완전히 성숙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 🧠 미성숙한 전두엽, 술에 무방비하다
  청소년기는 '즉흥성'이 가장 강한 시기입니다. 전두엽의 발달이 덜 된 상태에서 술은 더욱 무모한 판단을 불러옵니다. 자극을 추구하고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을 강화시킵니다. 미국 NIH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음주는 향후 충동조절장애, ADHD 유사 증상,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최대 3배까지 높아진다고 보고됩니다.
• 🍺 알코올에 대한 내성, 너무 빨리 생긴다
  어린 나이에 술을 시작하면 뇌가 알코올에 점점 무뎌지고,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효과를 느낍니다. 이는 성인기 알코올 중독 위험을 2.7배 높인다는 국내 자료도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의 한 잔이 평생의 중독성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학업 능력 & 감정지능도 하락
  청소년기 음주는 단기적으로는 학업 집중력 저하, 장기적으로는 기억력 감퇴와 감정지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성취도 저하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한 잔이, 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일 수 있습니다.

“내가 마신 술이 관계를 바꿨다” - 음주가 만드는 사회적 정체성의 흐림

• 🤝 “우리 한잔 할래요?”가 만든 소속감의 착각
  처음 술을 접하는 순간은 대개 또래 집단 안에서입니다. “너 왜 안 마셔?”라는 말 한마디에 의도치 않은 음주를 시작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죠. 특히 MZ세대는 또래 압력에 더 취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 💬 음주 문화가 부르는 관계 왜곡
  술자리는 감정이 쉽게 터지고 관계가 가까워진 듯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정서적 오픈일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가 남기도 하며, 진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위험
  음주 후 후회, 기억 상실, 충동적 행동이 반복되면 스스로에 대한 혼란이 생깁니다. 결국 우울이나 불안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술은 감정의 방아쇠가 된다” - 멘탈과 알코올의 은밀한 공존

• 😔 스트레스 해소? 오히려 감정 증폭
  술은 감정을 일시적으로 무디게 하지만, 다음 날엔 세 배로 되돌아옵니다. 숙취 뿐 아니라 자책감, 후회, 회피감은 우울과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 🚨 우울증과 음주의 상관관계
  청년 우울증 진단자의 42.3%가 정기적 음주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알코올은 항우울제의 약효를 떨어뜨리고, 불면을 유발하며 정신과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 🧩 혼자 마시는 ‘은둔 음주’의 위험
  혼술은 자연스럽지만 습관화되면 사회적 고립과 자기통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합니다.

청년기의 술, ‘첫 입’보다 중요한 것은 ‘첫 질문’

우리는 “술을 마시는 나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왜 술을 마시게 됐는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술 한 잔의 뒤에는 정체성의 혼란, 관계의 왜곡, 감정 조절 실패라는 복합적인 이슈가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청소년 음주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넘어, 청년이 스스로를 지키는 감정 언어와 사회적 도구를 갖추도록 돕는 정책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첫 잔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가 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정말 나를 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