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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강수명, 소득에 따라 8년 차이 “가난할수록 빨리 아프고, 더 오래 아픕니다”

by health news24 2025. 5. 18.

건강 수명
건강 수명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가?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겼다.” 이 말은 언뜻 들으면 긍정적인 사회 진보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단지 오래 사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바로 여기서 ‘건강수명’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건강수명은 ‘병 없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실제적인 생애기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서 건강수명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고려대 의대 윤석준 교수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수명이 평균적으로 71.82세까지 증가했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무려 8.66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단순히 생활습관 탓일까요? 아니면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일까요? 지금부터 그 숨은 원인을 세 가지 시선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1. “소득이 곧 생존력이다” – 건강수명을 결정짓는 ‘경제력’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늙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70세에도 건강하게 등산을 다니고, 어떤 사람은 60세부터 병원과 집을 오가는 삶을 삽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소득’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계층의 건강수명은 평균 74.88세, 하위 20% 계층은 66.22세였습니다. 격차는 무려 8.66년입니다. 이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의 차이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차이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첫째, 고소득층은 건강에 대한 ‘정보 접근권’이 높습니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운동을 할 시간과 여유가 있으며, 유기농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그렇지 않습니다. 잦은 야근과 육체노동으로 병이 나도 병원을 미루기 쉽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건강은 후순위로 밀립니다.

 

둘째, 생활환경의 질이 다릅니다. 고소득층은 대개 공기질이 좋은 지역, 도심 외곽의 쾌적한 주택에 거주합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미세먼지가 많은 도심 안쪽, 주거 밀집지역에서 살게 되며, 이는 만성질환 발생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줍니다.

 

결국 건강은 ‘의지’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원이 곧 생존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2. “남자는 소득의 희생양, 여자는 돌봄의 희생양” – 건강수명 속 성별 불균형

흥미로운 사실 하나.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건강수명이 4.5년 더 깁니다. 2020년 기준 여성의 건강수명은 73.98세, 남성은 69.43세였습니다. 그러나 소득에 따른 격차는 남성이 더 컸습니다. 남성은 상위-하위 소득군 사이에 9.99년, 여성은 6.58년의 차이가 났습니다.

 

왜 남성이 더 큰 격차를 보일까요?


남성은 소득이 곧 ‘사회적 지위’로 연결되기 때문에,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할수록 자존감과 정신 건강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실제로 자살률이나 음주율, 흡연율 등 건강에 해로운 지표 대부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습니다.

 

여성은 경제활동보다는 돌봄과 가사노동에 치중된 경우가 많고, 자신의 건강보다 가족을 우선시합니다. 건강 이상 신호가 있어도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향이 있으며, 폐경 이후 골다공증,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증가합니다.

 

성별 불균형은 단순한 생물학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건강 관련 정책도 성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3. “사는 동네에 따라 수명이 갈린다” –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

경기도 과천: 74.2세 / 부산 영도: 64.6세


같은 나라, 다른 삶입니다. 지역 간 건강수명의 차이는 무려 9.5년입니다. 대도시는 병원, 헬스센터, 공공 건강관리 시설 등이 풍부합니다. 반면 지방이나 농촌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며, 교통이 불편해 건강관리의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조기 진단과 예방이 어려워지며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또한,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건강캠페인, 주민검진, 복지서비스의 수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맞춤형 건강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모든 국민이 어디에 살든 ‘동등한 건강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수명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건강은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소득, 성별, 지역에 따라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정도가 크게 다릅니다. 건강수명이 8년 차이 난다는 건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8년 동안 병상에 누워 고통받느냐, 아니면 활기차게 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건강 형평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저소득층과 지방, 돌봄 부담이 큰 여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들까지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살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정책의 방향은 ‘오래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건강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건강수명 격차를 줄이자”는 공감에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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