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이롭지만 암 위험도 높인다는 양면적 진실
와인은 오랜 세월 동안 ‘건강에 좋은 술’로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식사 중 하루 한 잔의 와인을 즐기는 문화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으로 연결되곤 했습니다. 와인 한 잔쯤은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믿음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소량의 알코올, 특히 와인이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해 심장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암 발생률을 높이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적당히 마시는 한 잔’이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체질, 유전자, 생활 습관, 음주 빈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술의 영향을 달리하게 만들죠. 그렇다면 하루 한 잔의 와인, 과연 건강에 유익할까요? 아니면 암이라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이 복잡한 건강 이슈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와인 한 잔의 이중성: 심장에 이로우나 암 위험 증가
미국 하버드의대 산하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은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뇌의 편도체 활동을 억제해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고, 그 결과로 심장질환 위험까지 낮아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뇌가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도 염증 반응이 줄어들고 심장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실제 이 연구에서는 소량의 알코올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낮아졌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뇌-심장 연결고리, 즉 신경계와 심혈관계 사이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구는 동시에 경고를 남겼습니다. 알코올, 특히 와인 속 에탄올은 구강, 인두, 식도, 후두, 간, 대장, 유방 등 다양한 장기에 작용하여 암세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담배와 석면, 미세먼지와 동일한 급입니다.
즉, 하루 한 잔의 와인이 심장에는 좋을 수 있지만, 암 발생의 관점에서는 그 어떤 양도 안전하지 않다는 과학적 결론이 존재합니다. 이중적인 효과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2. '적당한 음주'의 기준과 그 함정
‘하루 한 잔’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그냥 식사 중 음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중독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음주란 무엇인지, 또 그 ‘적당함’을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이 개념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연구팀은 2019년 와인 소비와 심장 건강의 관계를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하루 반 잔에서 한 잔 수준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50%가량 낮았지만, 이를 초과할 경우 이점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건강상의 위험이 비례해 높아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연구들이 ‘비음주자’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금주자에는 술을 전혀 마셔본 적 없는 사람뿐 아니라, 과거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술을 끊은 사람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건강 상태가 이미 나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이 건강해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보건정책 연구소는 이와 같은 오류를 지적하며,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오히려 공공보건 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즉, 하루 한 잔도 결코 ‘무해’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와인과 건강: 과학적 근거와 대중의 인식 사이의 간극
‘프랑스의 역설’이라는 말이 한때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의 심장병 발생률이 낮은 것은 레드와인 덕분이라는 이론이었죠. 이로 인해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닌 ‘심혈관을 보호하는 건강식품’으로 이미지가 급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와인에는 실제로 심장 건강에 이로운 폴리페놀 화합물, 특히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이 성분은 항산화 작용과 염증 억제 기능이 있어 건강보조제로도 판매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의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에 레드와인 100~1000잔을 마셔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마시면 건강은커녕 생명에 위협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와인의 ‘건강한 이미지’는 마케팅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와인을 생산하는 유럽 국가들의 산업적 이해관계가 이 메시지를 확대 재생산한 배경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어떠한 음주도 건강에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와인이라고 해서 그 경고의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 한 잔, 그 달콤한 유혹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
하루 한 잔의 와인이 건강에 이롭다는 말,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와인이 스트레스 완화와 심장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이점은 극히 제한적이고, 동시에 암 위험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늘 함께합니다.
우리가 ‘적당한 음주’라는 개념에 너무 관대했던 건 아닐까요? 체질과 유전, 기존 건강 상태에 따라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그 한 잔. 문제는 그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습관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지요.
건강을 위해 음주를 선택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야 합니다. 진정한 건강은 좋은 식습관과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지혜에서 나옵니다. 와인 한 잔으로 얻을 수 있는 심장 건강보다, 술을 멀리함으로써 피할 수 있는 암 위험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선택지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에 와인 한 잔을 들기 전, 내 몸과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그 선택이, 당신의 건강한 미래를 지키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